黃薔 李相遠 博士

[2020년 사순시기를 지나며: COVID-19 사태를 틈타 예수님 팔아먹는 성직자들에게 참회가 있길 간구하며 ...]

黃薔 2020. 4. 5. 12:5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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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20년 사순시기를 지나며: COVID-19 사태를 틈타 예수님 팔아먹는 성직자들에게 참회가 있길 간구하며 ...]
[내가 만난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인간 예수를 생각한다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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ελωι ελωι λαμα σαβαχθανι
Eloi Eloi Lama Sabachtani

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

"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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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0년 인류는 COVID-19 창궐로 또 한번의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. 아무래도 이번 부활절은 공동체 미사없이 온라인 미사로 사순시기를 마무리해야 할 판이다. 한국은 자칭예수가 이끄는 신천지의 경거망동만 없었으면 대만보다도 더 모범적으로 COVID-19 사태를 관리했을 것으로 보였다. 자칭 예수를 사칭하며 예수님을 팔아먹는 성직자들을 생각하며 40년 전 5월부터 9월까지, 고문 속에서 만난 나의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을 떠올려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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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, 나는 어쩌면 소문 없이 살인마 전두환의 졸개들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. 불쌍한 나의 어머니는 전라도로 유학 간 아들이 1980년 5월에 행방불명되었다고 아직도 90에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찾아다니셨을지도 모를 일이다. 아니면 적어도 어떤 동지들처럼, 아직도 실성한 정신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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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살기도와 로사리오기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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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혀가서 벌거벗겨지고 젖은 모포로 싸인 몸은 복날 개 잡듯이 몽둥이찜질부터 당했다. 그때 패는 놈들에게도 목숨을 구걸했지만, 제일 많이 목숨을 구걸한 분이 예수님이다. 화살기도와 로사리오기도를 손가락을 꼽아가며 1달 반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셀 수도 없는 화실기도와 수만 수천단의 로사리오 기도를 올렸다. 하지만 그 기도는 전혀 응답 받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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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수님에게 구하는 기도가 소용없다는 걸 깨닫던 처절했던 그 어느 날, 나는 나보다 더 한심한 꼴로 가시관을 쓰고 무거운 십자가를 끌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러 올라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보잘것없는 지도자 예수님의 모습이 눈앞에 파노라마 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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같은 민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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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 양반에게 목숨을 구걸했던 거다. (I prayed to the wrong person for saving my life.)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. 예수님도 죽으러 가는데 나쯤이야 하는 생각과 그래 죽자 하는 다짐이 일었다. 그 순간, 고문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. 그리곤 나의 아저씨, 큰 형뻘 되는, 고문을 가하던 보안대 중 상사들에게 "당신에겐 나 같은 동생도 조카도 없느냐?"는 말이 터져 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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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련해 보이던 상사 한 명이 "이 자식 맛이 갔군." 했지만 난 그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두려움을 느꼈고, 내가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삶의 희망의 빛을 보았다. 그리고 죽으려고 하는 자 살 것이라는 음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. 그리고 또 저 버러지 같은 인간들은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잔인하다는 것도 깨달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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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그 인간적인 예수를 경험하고 난 후로는 쓸데없는 걸로 기도 별로 안 한다. 그렇다고 내가 주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. 앞서 어느 게시글에선가 '꽁지머리의 비밀'에서도 이야기했지만, 여러분들도 내가 경험했던 그 인간의 몸으로 오셨던 예수를 COVID-19 사태로 인하여 초유의 온라인 사순시기 미사를 계기로 체험할 은총이 있길 기원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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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이야기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잘 되었다.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도 가물거리고 감흥도 떨어지는데 페이스북에나마 나의 경험을 나눈다. 이번 COVID-19 사태로 인한 감염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 분들 그리고 그로 인해 직간접으로 일상생활의 삶에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도 이러한 죽음을 넘어서는 은총을 간절히 구해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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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황성하의 권면의 말씀처럼, 우리는 그런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 고만 팔아먹고, 인간으로서, 같은 민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가 인류의 구세주가 되는 그 과정을 묵상해 보길 바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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찬미 예수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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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사족] "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"라는 말은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하신 일곱 개의 말씀 중에 네 번째 절규의 말씀이다. 이 절규는 다윗이 예언적으로 노래한 (시 22:1)을 인용한 거다. 예수님은 다윗의 시를 인용해서 자신의 찢어지는 고통을 표현했다. 이러한 주님의 절규는 하느님께 외면당한 절망감 속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. 이러한 부르짖음은 주님께서 당한 십자가 처형의 고통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. 일곱 번째 마지막 말씀에서 모든 것을 하느님 손에 맡김으로써 죽음을 초월하셨다. 나 역시 삶의 미련을 포기하고 죽기로 작정했을 때 인간적인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서 평정심을 되찾고 죽음을 넘어서는 마음의 평화를 얻으신 그 순간을 경험했다. 참고로 읽는 분들이 잘 이해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사족을 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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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참고] '꽁지머리의 비밀' http://blog.daum.net/enature/1585259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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